간사이 여행 (3)

여행 셋째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토에 가서 많이 걸을 텐데 하필 이 날 비가 오냐고 불평을 하며 아침 일찍 출발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시원해서 좋았던거 같다. 교토에 오니까 오사카랑은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서 우리나라 경주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른 나라에 여행을 왔다는 게 그제서야 좀 실감이 났다.

교토에서 처음으로 간 곳은 후시미이나리 신사이다. 케이한 본선을 타고 후시미이나리 역에서 내리면 된다. 난 길치라서 항상 길 찾는게 걱정인데, 교토에서는 사람들 목적지가 다 나랑 같기 때문에 그냥 따라가면 돼서 편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일단 건물들이 다 빨간색이어서 너무 예뻤다. 여기를 일정에 넣은 이유는 빨간색 토리이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길에 가 보고 싶어서였다. 길을 걷다 보면 뭔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후시미이나리 신사
토리이 길
토리이 길

다시 후시미이나리 역으로 돌아와서 몇 정거장 더 가면 기요미즈고조 역이 있다. 역에서 기요미즈데라 까지는 꽤나 걸어야 했다. 산 중턱에 있는 기요미즈데라 본당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숲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기요미즈데라
기요미즈데라
기요미즈데라 풍경
기요미즈데라 풍경

본당 밑에는 물 세 줄기가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각각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시면 해당하는 운이 좋아진다는데 세 개 다 먹으면 오히려 망한다고. 이 물이 맑아서 기요미즈데라(清水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웬만하면 기념으로 먹어보려고 했는데 줄이 말도 안되게 길어서 포기했다.

오토와 폭포
오토와 폭포

신사를 나오면 일본 전통 분위기의 상점가인 산넨자카, 니넨자카가 있다. 자카는 고개라는 뜻인데 여기서 넘어지면 3년, 2년 내에 죽는다고 한다. 근데 빌어먹을 우산들 때문에 가려져서 잘 구경을 못했다. 가다가 고로케를 사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산넨자카, 니넨자카
산넨자카, 니넨자카
고로케
고로케

가다보면 야사카 신사가 있는데 여기는 패스하고 기온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마에 정류장으로 갔다. 일본 버스는 뒤에서 타서 앞으로 내리고 내릴 때 돈을 낸다. 은각사에 가기 전에 먼저 오멘이라는 우동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기도 좀 유명한 모양이라 꽤 기다려서 들어갔다. 오멘덴뿌라 세트였나 그런 걸 시켰는데 튀김이 맛있었다. 우동 면은 굉장히 쫄깃하고 맛있었는데 국물은 그다지 특별한 걸 모르겠다.

오멘
오멘

은각사는 뭔가 별장 같은 느낌이었다. 찾아보니까 진짜 별장인 것 같다. 정원도 정말 예쁘게 꾸며져 있다. 이런 곳에서 느긋하게 쉬면 진짜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다.

은각사
은각사
은각사
은각사

다시 버스를 타고 금각사로 향했다. 그 유명한 금으로 덮힌 정자를 실제로 보니까 신기했다. 그런데 전체적인 환경은 은각사가 더 좋은 것 같다.

금각사
금각사

또 버스를 타고 오무로닌나지 정류장으로 갔다. 여기 있는 인화사는 패스하고 키타노선을 타러 갔다. 역이 되게 작은데 엄청 시골 허름한 역 같은 느낌이다. 사람도 없고 표 사는 곳이나 돈 내는 곳이 없어서 당황했다. 이 선은 전차가 한 칸 짜리라서 되게 귀엽다.

오무로니난지역
오무로니난지역
란덴
란덴

카타비라노츠지역에서 아라시야마 본선으로 갈아타고 종점인 아라시야마역에서 내렸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인 이곳에 온 이유는 치쿠린을 보고 싶어서이다. 치쿠린은 대나무숲이다. 여기저기에서 삿갓을 쓴 인력거꾼들이 다리 근육을 자랑하며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여기서도 길치 본능을 발휘해서 꽤 헤맸다.

아라시야마 치쿠린
아라시야마 치쿠린
가츠라가와 강
가츠라가와 강

저녁 먹기 위해 드디어 우나기야 히로카와에 갔다. 타베로그 평점이 무려 4.07인 장어 덮밥집이다. A 코스로 시켰던거 같다. 같이 나오는 회는 잉어였던 것 같은데 꽤 맛있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장어는 진짜 환상적으로 맛있었다.

우나기야 히로카와
우나기야 히로카와
장어 덮밥
장어 덮밥

아라시야마역에서 한큐교토본선을 타고 우메다 역에서 내렸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역에 내리면 바로 높은 건물이 보일 줄 알았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행인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고 심지어 사람마다 반대 방향으로 가르쳐 줬다. 10시까지 입장이었는데 여유부리고 있다가 생각보다 너무 멀리 있어서 엄청 뛰었다. 근데 정작 가니까 골든위크라서 연장 영업이라고 했다… 힘들었지만 바람도 시원하고 야경도 좋고 기분 좋았다.

우메다 스카이 빌딩 야경
우메다 스카이 빌딩 야경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쿠시카츠도 못 먹고 오코노미야키도 못 먹은 상태였다. 하나라도 먹자는 생각에 난바로 갔다. 먹고 나면 지하철이 끊길 것 같았는데 엄청나게 비싸다는 택시 한번 타보는 것도 경험일 것이라고 정신승리하였다. 가려던 쿠시카츠 다루마라는 곳이 문 닫아서 치보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다.

치보 오코노미야키
치보 오코노미야키

워낙 음식을 빨리 먹다 보니 잘하면 막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배도 부른데 또 뛰었다.. 결국 12시 12분 막차를 겨우 탈 수 있었다. 역시 될 놈은 된다.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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