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승리 (13세기)

한 미술 양식이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던 동유럽과 달리 서유럽은 쉬지 않고 변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12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구식이 되어버렸다. 프랑스 북부에서 고딕 양식이 시작된 것이다. 교차하는 아치를 이용해 둥근 천장을 만드는 방법이 발전해서, 가느다란 기둥과 좁은 늑재를 골조로 하고 골조 사이에 있는 것들은 다 없앨 수 있었다. 그 결과 돌과 유리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또다른 혁신은 반원형의 아치로 두 기둥을 연결하는 게 아니라 활 모양의 두 개의 아치를 맞대어 연결함으로써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치는 수직뿐 아니라 수평으로도 힘을 가하기 때문에 이를 지탱하기 위해서 마치 자전거 바퀴살과 같은 공중 부벽을 도입했다.

고딕 성당의 내부를 보면 가느다란 기둥과 늑재가 보이고, 창문에도 트레이서리라는 엮여짜여진 선으로 덮여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가 ‘전투적인 교회’라면,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와 황금빛으로 빛나는 기둥, 늑재, 트레이서리는 천상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 가장 완벽한 건물로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정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의 조각가들은 이제 무엇을 표현하느냐 뿐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했으며, 옷의 주름을 표현하는 잊혀졌던 고대의 공식도 다시 터득했다. 그래도 그리스 미술과 다른 점은, 그리스 미술가들은 아름다운 육체를 어떻게 형상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었던 반면, 고딕 미술가들에게 있어 그 모든 기술들이 성경 이야기를 더 감동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훨씬 실물과 같은 그림, 조각을 만들게 되었지만, 그들이 실물을 보고 만든 것은 아니다. 그들은 스승 밑에 들어가서 옛 서적을 보면서 기술을 익혔으며, 실물을 보고 그릴 일은 전혀 없었다. 초상화 조차도 실물과 닮게 그리는 게 아니라 전형적인 그림을 그리고 그 밑에 대상의 이름을 쓰는 식이었다.

천재적인 피렌체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의 등장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미술이 시작된다. 그는 단축법, 얼굴과 목의 입체적 표현법, 주름의 그림자 등을 사용해 평면에서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재발견하였다. 천 년 동안 이와 같은 것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 전의 미술가들은 내용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굳이 모든 사람의 얼굴이 다 보이게 그린다거나 실제로는 불가능하게 배치를 하거나 했다. 조토는 이런 것을 깨고 마치 실제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하게 그렸다. 조토의 명성은 널리 퍼져서 후대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데 이런 것 또한 전에는 없던 현상이었다. 그 동안은 아무리 훌륭해도 후세에 까지 전할 필요성은 못 느꼈다. 미술가 자신들도 명성에 관심이 없어서 작품에 서명도 안 하는 일이 흔했다. 그는 미술사가 미술가들의 역사가 되는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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