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 1일차

친구들과 속초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금요일 밤 12시 넘어서 주유 한번 하고 죽전역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새벽이라 내비게이션에는 두시간 반 정도면 속초에 도착한다고 표시되었다. 가는 길에 애들이 너무 배고파해서 홍천휴게소에 들러서 왕새우모듬튀김우동, 화촌버섯육개장 시켜 먹었다. 원래 라면 먹으려고 했는데 시간 때문인지 라면은 준비 중이라고 되어 있었다. 밥 먹고 편의점 들러서 과자랑 음료 등을 샀다.

일단 일출을 볼 장소인 영금정을 찍고 도착을 하긴 했는데, 일출은 7시 19분이라 시간이 꽤 많이 비었다. 잠을 안 자고 와서 밤새울 수는 없으니 6시 40분쯤으로 알람 맞춰 놓고 차에서 잤다. 오는 동안 하나도 안 추워서 시동 끄고 그냥 잤더니 나중에는 너무 추웠다. 추워서 살짝 깨서 감기 걸릴까 봐 마스크 쓰고 다시 잤다. 집에서 나올 때 롱패딩은 오바인가 하고 고민하다가 입고 나왔는데 입고 나와서 다행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너무 추워서 히터를 켜고 몸을 좀 녹였다. 좀 괜찮아졌을 때 슬슬 나가보니 이미 사람들이 꽤 와서 대기 중이었다.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서 일출 시간이 되어도 해를 볼 수는 없었다. 대략 10분 정도 더 기다려서 구름 위로 나오는 태양을 감상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참고로 바로 옆에 있던 속초등대는 코로나 때문에 전망대에 들어갈 수 없다 하여 패스했다.

지체 없이 영금정을 떠나 설악 케이블카를 타러 바삐 이동했다. 늦게 가면 엄청난 대기가 기다린다는 악명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표 사는 줄이 긴 것은 물론, 주차장까지 차로 가는데도 꽉 막혀서 걸어가는 게 더 빠르다고 한다. 주차비로 5천 원, 신흥사 입장료로 10,500원, 케이블카 탑승권 33,000원까지 총 48,500원이 들었다. 설악 케이블카는 그때그때 날씨에 따라 운행 여부가 달라지고 오픈 시간도 달라진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8시 30분 오픈이었다. 일찍 간 덕분에 별로 안 기다리고 3번째 타임에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의 목적지는 권금성이다. 내려서 미니 등산을 해야 한다. 권금성은 고려 시대에 권 씨와 김 씨가 지은 성곽이라고 한다. 근데 예전에 있었다는 것인지 실제로 올라갔을 때 성곽 같아 보이는 건 없었다. 출입금지가 아닌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고, 주변 풍경 구경하고, 사진도 좀 찍고 다시 케이블카 타고 내려왔다.

원래는 케이블카 대기가 길다면 표 사놓고 대청마루라는 곳에서 아침으로 순두부 먹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주차비도 냈고 해서 나갔다가 다시 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바보다. 그래서 초당본점이랑 김영애할머니순두부 중에 고민하다가 신혼여행 때 맛있게 먹었던 김영애할머니순두부를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평일에 왔을 때와 달리 대기도 많고 주차가 힘들었다. 그래도 회전이 빨라서 생각보다는 금방 들어간다. 여기는 역시 맛있었다. 특히 까먹고 사진을 못 찍은 비지찌개와 반찬들이 엄청 맛있다.

후식도 챙기러 시드누아를 들렀다. 공간이 널찍하고 햇살과 식물이 좋았다. 팔미에까레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어서 놀랐다.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기본 빼빼로 맛을 상상했었는데 아니었다.

속초는 맛있는 건 많은데 볼거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여행 전에 살펴볼 때도 케이블카 말고는 당기는 곳이 없었는데, 체크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보광사를 한번 가보았다. 정말 볼 것이 없었다. 건물 두 채 정도와 말라버린 호수가 다인 작은 공간이었다. 잘못된 계절에 왔나 보다. 눈길을 끈 것은 옆에 있던 미니골프장이었다. 절에 이런 게 왜 있지 싶었다. 구경하러 가보니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어른용은 아닌 것 같아서 직접 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는 중앙시장이라고 불리는 속초관광수산시장을 구경했다. 4개월 전에 와보았기 때문에 친숙했다. 근처에 교통난도 여전했다. 만석닭강정 위치도 확인하고 한바퀴 슥 둘러본 뒤에 아바이마을로 향했다. 반쯤 섬 같은 곳인데 도보로 가려면 편도 인당 5백원인 갯배라는 것을 타야했다. 나는 갯배라는 단어조차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배 가운데로 두툼한 쇠줄이 지나가는데, 이 줄을 사람이 당겨서 배를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승객들도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나도 한번 해봤다.

대충 아바이마을 돌아다닌 뒤에 고원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모듬순대, 홍게라면, 홍게살비빔밥을 시켰다. 비빔밥은 그닥이었고, 홍게라면은 괜찮았다. 우리가 허접하게 홍게살을 발라 먹고 있으니까 기술자 아주머니가 와서 순식간에 살을 분리해 주셨다. 홍게보다 대박인 것은 오징어순대였다.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둘 다 처음 먹어봤는데, 오징어순대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다. 모듬순대에는 명태회가 올려져 나오고 반찬에는 가자미식해가 있다. 가자미식해도 처음 경험해봤는데 호불호 가릴 것 같지만 나는 맛있었다.

다시 시장으로 복귀해서 만석닭강정을 포장했다. 19,000 원인데 좀 비싼 것 같다. 오징어회도 먹고 싶어서 지하에 있는 장안횟집에서 한 마리 포장했다. 오징어 2만 원에 초장 천 원이다. 수조에 혼자 크기가 큰 생선이 있어서 여쭤봤더니 점성어라고 알려주셨다. 꼬리에 점이 있어서 점성어라고 직접 확인도 시켜 주셨다.

3시부터 체크인이라 이제야 숙소에 갈 수 있었다. 당황스럽게도 주차장이 만석이라 좀 떨어진 로데오 제2공영주차장에 대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설악+청초호뷰 방이었는데 커튼을 걷은 적이 없다. 잠도 별로 못 자고 새벽에 운전해 와서 쉬지 않고 돌아다녔더니 너무 졸렸다. 가고 싶은 곳도 없으니 저녁때까지 자기로 했다. 온돌방이라 침대는 없고 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방이다. 매번 여행 때마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휴양스러운 여행을 하자고 생각하지만 늘 이렇게 되고 만다. 피곤해서 그랬는지 보통 체크인하면 방 사진도 찍는데 사진이 없다.

한숨 자고 동명항생선숯불구이를 찾아갔다. 숙소 근처라 걸어서 갔다. 사실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가면서도 내심 끌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동네 백반집에서 나오는 고등어구이 같은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숯불 향이 입혀진 잘 구워진 생선은 전혀 다른 맛이었다. 특히 메로는 한입 먹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생선 종류는 고등어, 가자미, 삼치, 도루묵, 메로, 양미리였다. 이날 먹은 것 중 1위는 메로구이, 2위는 오징어순대로 꼽고 싶다. 차를 안 가져와서 술도 마셔도 됐는데 다 먹고 깨달았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물, 맥주, 종이컵, 젓가락을 샀다. 샤워하고 룰렛 한판 했다. 낮에 샀던 로또도 확인했다. 물론 전부 낙첨이었다. 마지막으로 맥주와 함께 만석닭강정과 오징어회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만석닭강정은 맛은 있는데 다른 닭강정에 비해 그렇게 압도적인지는 모르겠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 중에 대충 50% 이상은 손에 만석닭강정을 포장해서 들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 닭강정을 들고 있는 것은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에 과연 어떨까 했었다. 오징어회도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너무 차갑고 살짝 아쉬웠다. 바로 먹었으면 맛있었을 텐데… 룰렛은 너무 졸려서 더는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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