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 스위스 여행 3일차

아침에 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까르네를 6장 추가로 구입하고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갔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별로 넓지 않고 거의 모네의 수련 연작이 주였다. 실제로 보니 엄청 큰 그림들이었다. 지하에 가니까 직접 그림에 색연필로 색칠해서 벽에 붙여 놓는 공간이 있길래 해봤다.

미술관에서 나오니까 미친 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비가 수평으로 들어오는 통에 우산을 썼는데도 신발, 바지는 물론이고 상의까지 홀딱 젖었다. 바로 앞에 있는 콩코르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만 잠깐 보고 후다닥 이동했다.

점심은 파이브 가이즈에서 버거를 먹었다. 다 젖어서 앉으니까 매우 찝찝했다. 맛있게 먹었는데 그래도 나는 쉐이크쉑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했다. 사람이 엄청 많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별로 없는 거였다. 여기는 드농관, 쉴리관, 리슐리외관 이렇게 세 개의 관으로 되어있다. 먼저 지하로 들어간 다음에 거기서 각 관으로 통하는 입구로 올라가면 된다. 너무 넓어서 다 도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유명한 작품만 찍어서 보기로 했다. 오르세 미술관처럼 아는 그림들이 잔뜩 있어서 재밌었다. 사진 말고 실물로 보니까 좋은 게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드농관에 있다는 모나리자를 한번 보려고 안내 책자를 보고 찾아갔는데 리노베이션 중이라서 리슐리외관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리슐리외관 쪽으로 갔는데 아무리 봐도 길이 없어서 한참 헤맸다. 알고 보니까 거기로 가려면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리슐리외관 입구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내려갔더니 줄이 아까보다 더 심해졌고, 입장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적혀 있었다. 짜증 나서 그냥 포기하고 나왔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드디어 비가 그치었다. 바로 앞에 있는 튈르리 정원에 가서 의자에 앉아 쉬었다. 또 몇 시간 동안 걸었더니 꿀 같은 휴식이었다. 힘들어서 그런가 여기도 사진을 안 찍었네.

아직 5시도 안 됐지만 저녁을 먹으러 갔다. ‘Au Bourguignon du marais’이라는 가게였다. 파리에 오면 뵈프 부르기뇽을 한번 먹기로 해서 찾은 곳이다. 뵈프 부르기뇽, 에스까르고, 푸아그라를 시켰다. 푸아그라는 처음 먹어본 거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괜찮은 스시야에서 먹은 안키모가 더 맛있다고 느꼈다. 뵈프 부르기뇽은 약간 갈비탕 느낌이었다. 에스까르고도 짭조름하니 빵이랑 맛있게 먹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근처에 있어서 화재로 재건 중이긴 하지만 들러보았다. 파리에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볼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한쪽 면은 멀쩡했다.

시간이 남아 산책하면서 센강과 노트르담 다리를 보며 사진도 찍고, 하겐다즈가 있길래 크레페도 먹었다. 이제 비도 안 오고 하늘에 그나마 파란색이 좀 있어서 좋았다.

이날의 마무리는 파리에서의 마지막이자 네 번째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였다. 외관이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다. 6층인가까지 있는데 뮤지엄 패스로는 4, 5층을 볼 수 있었다. 5층은 근대 컬렉션, 4층은 현대 컬렉션이라고 되어있다. 아는 그림도 많고 재밌는 작품도 많아서 생각보다 더 좋았다.

숙소 가면서 까르푸 아침에 먹을 요거트를 샀다. 진짜 너무 많이 걸어서 스위스에서는 하이킹도 하고 했지만, 그것보다 이날이 제일 힘들었다. 도쿄 때처럼 걷기도 힘들 정도의 기립근 고통이 또 올까 봐 걱정했는데, 필라테스하고 좀 건강해져서 그런지 다행히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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