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어봤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으로,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목격한 바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옛날얘기지만 지루할 틈 없는 다이나믹한 인생이 정말 감탄스럽다. 그리고 뒤늦게 본인은 미리 알고 있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혼자서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놀랍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생활이 정말 부러웠다. 내가 책으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서 친구가 되고, 온갖 훌륭한 예술을 접하고, 입국심사 같은 것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어디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씨의 책에 대한 생각과 그가 책을 어떤 식으로 읽는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짬이 날 때마다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손에 들고 다녀라, 꼭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책을 신성시하지 말고 접고 메모도 하고 막 다뤄라,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것도 좋다, 책을 곳곳에 퍼뜨려 놓고 그 장소에 있는 책을 잡아서 읽는다 등의 내용이 기억난다.

나는 예전에는 책을 모았기 때문에 책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뤘다. 펜을 대는 짓은 당연히 안되고 손이 닿는 부위를 최소화했으며 절대 쫙 펴지 않았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독서 자체에는 굉장히 방해된다. 이제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버린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 또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정독하려고 해서 오히려 읽다 지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금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뭔가 독서에 대한 욕구가 솟구친다. 책의 마지막 있는 추천 도서 목록에서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읽어야겠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각종 작품에서 오마주 되는 크툴루 신화가 항상 궁금했었기에 사게 되었다. 막 무섭다기보단 뭔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기분 나쁜 찝찝함?이 든다. 이사 가기 전에 빨리 다 읽으려고 했으나, 이북이 아닌 종이책이라 영원히 다 못 읽을 것 같아서 그냥 처분했다.

솔직한 식품

식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과장된 광고에 속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고 소개되어 있다. 음식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던 터라 읽어 보았다. 아쉽게도 딱히 새롭고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 카제인나트륨 마케팅 같은 것에 마구 휘둘리고 김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너의 이름은.

역시 영상미는 좋고 큰 내용만 보면 훈훈하고 기분 좋아지는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성격상 세세한 것들이 자꾸 거슬린다. 달력에서 연도를 안 봤는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이 생활을 하는데 3년의 차이가 난다는 걸 눈치 못 챌 수가 있나? 그리고 만나고 싶으면 약속을 잡으면 되는데 왜 그냥 훌쩍 가버리는 건지. 3년 전의 타키를 만났을 때, 그 나이 때에 3년 차이면 아예 다를 텐데 키랑 얼굴이 똑같다. 무엇보다 그 둘이 갑자기 왜 그렇게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게 된 건지 좀 갸우뚱.

살인자의 기억법

어떤 놈이 진짜 나쁜 놈인지, 누구 말이 진짜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이 스릴있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뒤로 가니까 좀 이상해지더니, 김남길이 머리 뚜껑 여는 것은 정말 뜬금포였다. 결말도 뭔 소리인지 이해 못 했다. 설현 예쁘다.

옥자

전체적으로는 선이 악을 이기는 단순한 동화 같은 스토리였다. 후반부에는 도축의 잔혹함을 비판하려는 의도인건지 돼지들이 불쌍하게 죽어나가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긴 하던데. 너무 진지하지 않고 웃긴 부분이 많아서 재밌었다. 그리고 그 경박스러운 조니 윌콕스 박사가 제이크 질렌할이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