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지금까지 읽어본 입문서 중 단연 최고의 책이다. 그동안 시대별로 철학자를 쭉 나열하고 그 사람이 뭔 말을 했는지 설명하는 책이 많았다. 이 책은 철학의 주제별로 철학자들을 묶어서 설명하고, 어떤 주장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나 어떤 기존의 사상에 반발해서 나온 것인지 등을 설명해 줘서 철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예도 충실하게 들어가며 쉽게 풀어써서 정말 이해가 잘 되었다.

미술사 아는 척하기

전자책으로 나온 미술사 책은 선택권이 별로 없어서 보게 되었다. 나한테는 별로였는데, 일단 내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삽화에 들어있는 글자가 너무 작아서 읽기 매우 빡쳤다. 전자책으로서 이미 글러 먹었다. 내용 측면에서는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욕심 그득하게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욱여넣었다. 미술에 영향을 미친 철학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19세기 이후 비교적 최근의 비중이 높은데, 안 그래도 어려운 내용을 엄청 간단하게 적어 놓으니 나처럼 잘 모르는 사람은 뭔 말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 거의 다른 사람이 대학교 강의 듣고 메모한 노트를 빌려서 읽는 느낌이다. 무슨 무슨 용어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 정도가 도움이 되었다.

어제의 세계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어봤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회고록으로,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목격한 바를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옛날얘기지만 지루할 틈 없는 다이나믹한 인생이 정말 감탄스럽다. 그리고 뒤늦게 본인은 미리 알고 있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혼자서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놀랍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생활이 정말 부러웠다. 내가 책으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서 친구가 되고, 온갖 훌륭한 예술을 접하고, 입국심사 같은 것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어디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씨의 책에 대한 생각과 그가 책을 어떤 식으로 읽는지가 담겨 있는 책이다. 짬이 날 때마다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손에 들고 다녀라, 꼭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책을 신성시하지 말고 접고 메모도 하고 막 다뤄라,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것도 좋다, 책을 곳곳에 퍼뜨려 놓고 그 장소에 있는 책을 잡아서 읽는다 등의 내용이 기억난다.

나는 예전에는 책을 모았기 때문에 책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뤘다. 펜을 대는 짓은 당연히 안되고 손이 닿는 부위를 최소화했으며 절대 쫙 펴지 않았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독서 자체에는 굉장히 방해된다. 이제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버린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다. 또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정독하려고 해서 오히려 읽다 지치는 경우가 많은데, 다시금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뭔가 독서에 대한 욕구가 솟구친다. 책의 마지막 있는 추천 도서 목록에서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읽어야겠다.

러브크래프트 전집

각종 작품에서 오마주 되는 크툴루 신화가 항상 궁금했었기에 사게 되었다. 막 무섭다기보단 뭔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기분 나쁜 찝찝함?이 든다. 이사 가기 전에 빨리 다 읽으려고 했으나, 이북이 아닌 종이책이라 영원히 다 못 읽을 것 같아서 그냥 처분했다.

솔직한 식품

식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과장된 광고에 속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고 소개되어 있다. 음식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던 터라 읽어 보았다. 아쉽게도 딱히 새롭고 유용한 정보는 없었다. 카제인나트륨 마케팅 같은 것에 마구 휘둘리고 김치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새로운 규범을 찾아서 (19세기 후반)

어떤 사람들은 인상파 화가들이 당시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회화의 규칙들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현대 미술의 시조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상파 화가들의 목적도 르네상스 시대에 이루어진 자연의 발견 이래로 계속 발전해온 미술의 전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 역시 자연을 보이는 대로 그리기를 원했다. 그들이 벌인 논쟁은 그 목적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인상주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연을 완전히 정복하게 되었고, 모든 것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얼마 동안은 시각적 인상의 모방에 목적을 둔 미술의 여러 문제들이 다 해결된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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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변혁 (19세기)

‘전통의 단절’은 당시 미술가들의 생활과 작품 활동의 여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 혁명은 장인 기술의 전통을 무너뜨려 기계 생산이 수공업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건축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수로 보면 19세기에 지어진 건물이 이전 보다 훨씬 많았지만 나름의 양식을 지니지 못하였다. 사업가나 시의원들의 취향에 따라 문은 고딕으로 건물은 노르만 성이나 르네상스 양식으로 해달라는 식이었다. 그래도 제대로 된 작품이 없지는 않았다. 찰스 배리와 오거스터스 웰비, 노스모어 퓨진 <런던의 국회 의사당>은 위엄 있어 보이면서 고딕 장식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되어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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